프로그래머와 고인물

당신은 프로그래머로써 개발을 열정적으로 하고 있습니까?

[코드도사 운영자 칼럼]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 만큼이나 다양한 직업이 존재합니다. 사람 본연의 생존을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식주”와 관련된 직업을 가진 이들이 많은 비율을 차지하지만 “프로그래머” 와 같이 당장 없어도 인간의 삶에 지장은 없지만 인간의 편리함과 기술의 진보를 위해 최근들어 관심이 높아진 직업도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 다양한 직업 만큼 개개인이 삶을 사는 방식은 비슷하면서도 약간씩 다 다릅니다. 특히 시장 경제로 도입한 “대한민국” 사회는 자신의 노력에 따라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입니다. 따라서 개개인이 경쟁을 통해 얼마든지 부를 축적할 수 있으며 노력 여하에 따라 “부자” 가 되는 것도 가능합니다.

제도적으로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에 “활발한 경제활동” 을 통해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 돈을 버는 방법은 각자 “직업”을 가져서 노동이나 경제활동을 통해 “보수”를 지급받으면 됩니다. 그 보수는 직장을 다녀서 월급을 받거나 사업을 해서 사업 소득을 올리면 되는 것입니다.

일단 직업이나 보수에 대한 기본적인 얘기를 해봤습니다. 누구나 아는 내용이지요? 여기서 화제를 대한민국의 직장과 프로그래머로 좁혀 보겠습니다.

프로그래머와 회사

이미 저는 “코드도사” 사이트를 통해 프로그래머에 대한 내용의 글을 여러차례 쓴적이 있습니다. 프로그래머는 어떤 직업이고 어떤 일을 하며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일반 사람들이 접하기 어려운 내용에 대해 기술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제가 많이 썼던 내용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의 회사들에 대한 업계의 환경과 대우 및 처우에 관한 글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할거 같습니다. 물론 이는 제가 그동안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느꼈던 경험적 사실을 토대로 한 것입니다.

그동안 경험들을 정리하면서 느꼈던 것이 있습니다. 모든 회사가 그동안 제가 겪었던 “안좋은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을까? 라는 점입니다.

단순히 “중소기업” 이라서? 아니면 “제조업” 이라서? 저는 중소기업부터 중견기업까지 겪어봤고 대기업 출신 CEO나 임원들을 상대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느낀것은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부린다.” 라는 것입니다.

프로그래머라는 나름 “하이테크” 직업을 가졌지만 자본주의 사회인 대한민국에서 직장인들은 프로그래머도 마찬가지로 “비용” 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습니다. 회사라는 곳은 매출을 일으켜야 하고 “이익”을 내야 하는 지극히 “영리적인” 집단입니다. 규모가 작든 크든 이런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따라서 국내의 수많은 IT 기업들도 이런 “논리”에 지극히 반응하며 움직입니다. 그동안 제가 경험했던 IT 제조업 회사들은 한사람이 “일당백”을 해야 하는 정도가 더 심할 뿐이지 다른 IT 기업에서 일을 하더라도 프로그래머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해줘야 하는 “직장인”일 뿐입니다.

인간의 욕구와 고인물

혹시 당신이 직장인이라면 “고인물” 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신적이 있나요? 저는 현재 회사에서 직급으로 치면 “차장” 정도의 연차를 지닌 프로그래머(개발자) 입니다. 저 정도 직장 생활을 하면 “고인물” 이라는 용어는 여러가지 의미를 지닐수도 있습니다.

가장 쉽게 얘기하자면 “회사에서 일을 열심히 하지 않고 최대한 누리면서 편하게 월급받으며 오래~ 회사 다니는 직장인” 들을 의미할거 같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고인물” 을 제가 꺼냈냐고요? 제가 프로그래머로 직장을 다니면서 느꼈던 점들 중에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 보상은 왜 제자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나의 보상과 “고인물”이 관계가 있을까요? 저는 대한민국의 “직장 문화”가 연차가 쌓인 고인물을 양산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해 보겠습니다.

대한민국 CEO들은 직원들의 보상에 매우 인색하다

A라는 프로그래머가 있습니다. 그는 경력 10년차의 프로그래머입니다. 현재 회사를 잘 다니고 있었는데 선배 B로부터 어느 스타트업 기업에 추천 제의를 받았습니다.

내용을 들어보니 A가 평소에 해보고 싶었던 분야였습니다. 스타트업이라는 위험을 무릎쓰고 회사에 면접을 봐서 최종 합격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연봉 협상을 했더니 현재 회사 연봉 수준밖에 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A는 고민이 되었습니다. 이럴꺼면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데에 플러스 요인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선배 B에게 이런 사실을 얘기하고 포기하려는 찰나에 선배 B의 간곡한 요청과 “회사가 잘되면 회사 주식을 지급받는 등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 A를 설득했습니다.

결국 승낙한 A는 스타트업에 이직을 해서 입사 후 6개월 동안 제시간에 퇴근하지 못하고 야근을 해가면서 회사 제품의 시연을 위해 열심히 개발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결국 시연은 성공적이었고 회사의 임원진으로부터 칭찬과 함께 추후 보상을 “구두”로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해 연봉 협상을 하면서 “10% 연봉 인상” 정도를 제안했고 나름 신경 써준 것에 만족을 하며 개발을 진행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불만은 쌓여갔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개발 방향을 두고 임원진들과 갈등을 빚게 되면서 A를 해고만 안할 뿐이지 개발 업무에서 배제하다 시피 했습니다.

A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퇴사해야만 했습니다. 반면에 A씨가 일했던 스타트업 회사는 A가 나름 이뤄놓은 성과로 인해 몇십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받고 회사 규모가 커지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스타트업에 일을 하면서 겪었던 일화를 약간 각색해서 기술한 내용입니다.

위 이야기의 요지는 “직원들의 보상에 인색”함의 예를 든 것입니다. 국내에서도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하여 대박을 터트린 카카오, 배달의 민족, 쿠팡, 토스 등의 회사가 있지만 대다수의 회사들은 직원들의 성과에 대한 보상이 매우 미흡합니다.

이는 IT 회사 뿐만 아니라 다른 직종의 회사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소위 “잘 나가는” 대기업 외에는 연말에 성과급을 받거나 직원 개인의 성과에 대한 보상이 충분한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이러다 보니 직장 생활 초기에 “꿈 많던” 직원들은 1~2년씩 연차가 쌓이다 보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월급” 외에 받는 보상이 없다보니 “매너리즘”에 빠지게 됩니다.

여기서 특유의 한국식 직장 문화도 한몫을 하게 됩니다. 과거 “연차” 와 “나이” 순으로 연봉이 많아지는 구조다 보니 업무의 성과보다 “오래 버티면 된다~” 라는 식의 마인드를 가지게 됩니다. 능력이나 실력보다는 “아부” 나 “인맥”에 더 충실하게 됩니다.

이런 문화는 “프로그래머”도 마찬가지 입니다. 여전히 대한민국의 IT 기업들도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는 회사들이 꽤 많습니다. 특히 연혁이 오래 된 “제조업” 회사들은 이런 기업 문화를 가진 곳이 대다수일 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이런 경직된 기업 문화와 인색한 보상은 직원들 특히 프로그래머들에게도 “열심히” 라는 마인드를 가지지 못하게 합니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월급”은 따박따박 나오는 회사라면 누가 과연 열심히 개발을 하려고 할까요?

이런 상황에서 “고인물” 마인드를 가진 직원들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부류의 프로그래머들이 많아진다면 열심히 하려는 프로그래머들도 결국은 힘이 빠지게 되고 동일하게 같은 마인드로 바뀔지 모릅니다.

고인물이 많아지면 회사도 개인에게도 좋지 않다

예전에 5년동안 다닌 회사가 있었습니다. 그 회사는 매우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가진 제조업 회사입니다. 업무 스타일이 위에서 탑-다운 형식으로 내려오는 수직적인 문화이며 프로그래머들의 의견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물론 보상도 매우 인색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연봉 인상은 기껏 2% 정도입니다. 명절때 “선물” 조차도 주지 않는 회사였습니다. 정말 직원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1도 없는 회사라고 보면 됩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그 어느 누구도 일을 열심히 하지 않으려고 하고 이슈가 발생하면 서로 “책임”을 미루는 행위를 하게 됩니다. 신규 업무가 발생하면 그 어느 누구도 자발적으로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방향에 대해서도 침묵을 지키고 의견을 전혀 표시하지 않습니다.

결국 그 회사는 해당 사업부의 매출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개발 인력들이 빠져나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어쩔 수 없이 이직을 했으며 현재는 그 회사 제품을 찾아보기 어려워 졌습니다.

나 스스로가 한때 “고인물” 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고인물 일 때 정말 마음은 편합니다. 프로그래머라고 해도 예외는 아닙니다. 신규 기술을 습득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며 누가 내게 일을 시키는 것도 불쾌해 합니다. 나 조차도 일을 하지 않기 위해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를 반복합니다.

결국 프로그래머 개인이나 회사가 전부 손해입니다. 프로그래머로 발전이 정체되고 미래가 불투명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회사는 직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현재에 머물러 있게 되면서 매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 발전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이런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걸까요? 앞에서도 살짝 언급했듯이 대한민국 특유의 기업문화와 편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가 적절히 버무려졌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탈피하기 위해 “자유”를 선언했었다

제가 얼마전에 자유로운 프로그래머를 꿈꾸면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자유로운 프로그래머를 꿈꾼 계기는 복합적이지만 그 이유중에 하나는 “성과에 대한 보상”이 매우 인색한 점도 꼽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프로그래머로써 성공과 경제적 안정을 이루려면 “회사”가 종착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던거 같습니다.

나름 준비를 하고 “프리” 선언을 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냉정했습니다. 수익은 어느정도 있었지만 아이를 키우는 가장으로서 생활을 꾸리기엔 부족한 편이었습니다. 결국 시작 3개월 만에 한계를 느끼고 원래 다녔던 회사에 양해를 구하여 다시 “직장인”으로 복귀를 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했던 평범한 가장이 “독립”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훨씬 더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하며 어느정도 기반이 잡힐때까지는 “직장”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저는 “프리”를 준비중입니다. 그 이유는 다시 직장에 복귀했지만 이곳도 여전히 “보상”에 대해서는 인색한 편입니다. 여기서도 열심히 해도 내게 돌아오는 보상은 결국 “월급” 밖에는 없을거 같습니다.

회사를 떠나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개발” 혹은 “프로그래밍”을 하는 순간이 과연 올까요? 잠시 회사를 그만두고 제가 생각했던 방향대로 짧은 시간동안 전념할 수 있었던 시간은 정말 좋았던거 같습니다. 그 시간 만큼은 정말 “열심히”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공부 및 개발을 했던 거 같습니다. 다만 부족했던 점은 “수익”이 적어서 그 시간을 오래 가지지 못했다는 점이었네요.

그럼에도 회사를 그만두고 몇개월 간의 시간은 프로그래머(개발자) 로서는 꽤 많은 것을 깨닫고 뒤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던거 같습니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만 달려오다 응용 어플리케이션쪽으로 눈을 돌리다 보니 그만큼 시야도 넓어지고 “왜 여태 이런걸 몰랐지?” 하는 부분도 알게 되었습니다.

몇개월간의 경력을 날려먹은게 아닌 “매우 소중한 시간”을 확보했다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좀더 넓어진 시각으로 프로그래밍 및 개발에 접근을 하게 된거 같습니다.

그리고 더이상 내 스스로가 “고인물”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프로그래머는 끊임없이 자기 계발과 공부를 해야 되는 직업이라는 것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IT는 유능한 프로그래머를 키우는게 가능할까?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제 주변에는 여전히 “고인물”에 속한 프로그래머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과감히 그만둔 회사에 몇개월 만에 다시 복귀를 하였습니다.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몇개월 만에 다시 보니 반가운 얼굴들이 눈에 띄었고 인사를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몇몇 프로그래머들은 그만두기 전과 같이 협업에 매우 비 협조적이었으며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과연 같은 회사를 다니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방어적이었으며 책임 회피를 일삼았습니다.

기술적인 분야를 다루는 프로그래머이지만 사람이 사는 세상은 어딜 가다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사람의 성향은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몇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들은 같은 위치에서 “고인물”이었습니다.

프로그래머라도 사람 상대하는게 제일 어렵다 – pixabay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개발 경력을 이어가고 월급을 받으려면 회사를 당분간 계속 다녀야 합니다. 마음에 안들면 중이 절을 떠나야지 절이 중을 떠나지 않듯이 말이지요.

그래도 전보다 마음은 다소 편해졌습니다. 홀로 회사를 그만두고 독립을 준비하면서 겪었던 “소중한 경험” 때문일까요? 개발에 더 집중하게 되며 좀더 긍정적인 마인드로 회사 업무에 접근하는거 같습니다.

물론 현재 회사를 다니면서 회사일은 “딱 회사일로만” 할 생각입니다. 그 이상 회사 개발 업무를 열심히 하거나 무리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회사에 기여는 하되 월급 받은 정도만 하고 그 외에는 “자유로워지기” 위해 준비를 계속 할 생각입니다.

한편으로는 대한민국 IT 회사들의 기업문화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인 시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머들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업의 CEO 들은 왜 노력을 게을리 하는가? 아니면 노력을 하지만 대한민국의 프로그래머들이 역량을 끌어올리는데 소극적인가?

최근에 IT에서 엄청나게 성공한 “스타트업” 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창업자의 아이디어와 프로그래머들의 역량을 최대로 끌어올리는데에 성공했기 때문에 그런 성과가 나오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제가 다녔던 회사들처럼 자기 계발을 꾸준히 해야 하는 프로그래머라고 해도 경직된 조직 문화와 보상의 인색함. 부당한 대우 등으로 인해 “고인물”이 될 수 밖에 없었던 현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오히려 성공한 스타트업 보다는 “고인물” 들이 즐비한 IT 회사들이 더 많은게 대한민국의 현실일지 모릅니다.

난 과연 회사를 언제 은퇴하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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