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인 내가 경험했던 “스타트업” 회사

환상과 현실의 사이

내가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지금까지 몇군데 회사를 거쳐서 현재까지 왔다. 그중에서 기억이 남는 회사를 꼽자면 다녔던 “스타트업” 회사를 꼽을 수 있다.

나는 프로그래머로 일하기 시작한 15년 전부터 어디에 얽매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최근에서야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과감히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했지만 경력 초창기만 해도 그럴 생각은 꿈에도 꾸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자본”이 없어서다.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할때만 해도 가난한 “이방인”은 수도권에 방한칸 마련하기에 꽤 벅찼다. 당시만 해도 월급 150만원이라도 받아야 생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갓 사회 생활을 시작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직장을 잡는일” 이다. 따라서 월급이 아무리 적어도 취업만 된다면 그 회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당시만 해도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목표를 잡았기 때문에 프로그래머가 될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사회 초년생은 돈이 없기 때문에 방한칸 마련하는것도 꽤나 벅차다. 갓 직장 생활을 시작할때만 해도 “객지 생활”을 해야 되는 상황이었고 부모님이 내게 집을 구하는 비용을 마련해주기도 어려웠다. 어떻게 어떻게 해서 보증금 5백만원에 월세 32만원짜리 원룸을 회사 근처에 구해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한 일년동안은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던거 같다. 처음 들어갔던 회사는 “벤처” 회사였다. 요즘은 벤처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지만 당시만 해도 2000년대 초반 벤처 붐이 일었다가 꺼진 후의 상황이었다.

벤처 붐 당시에 세워졌던 회사였고 직원은 30명이 채 되지 않았다. 다행히도 직장 동료들과 상사들이 괜찮은 사람들이 많아서 내가 실수를 하거나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옆에서 잘 도와주고 챙겨주는 편이었다. 대신에 월급은 단돈 150만원 뿐이었지만.

첫 회사에서 동료애는 나름 괜찮았다 – pixabay

회사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개발일 외에도 잡다한 잡무까지 한꺼번에 배울 수 있었고 나의 첫 사회 경험을 그래도 수월하게 도와준 회사가 고마웠다. 그 회사에서 대략 4년간을 일했고 현재까지도 당시의 동료들과 연락을 하고 지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벤처”라는 회사는 큰 단점이 있었다. 외부 리스크에 굉장히 취약했던 것이다.

작은 회사에서 내가 생존했던 방법

첫 직장에서 일한지 4년이지만 중간에 내가 속해있던 사업부가 다른 회사로 매각이 되는 바람에 다른 회사 소속이 돼버렸다. 물론 그것은 내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동료들과 상사들은 인간적으로도 괜찮고 좋았지만 문제는 가끔가다 밀리는 “월급” 이었다. 쥐꼬리만한 월급 150만원이 늦게 나오면 방세며, 공과금이며, 카드값을 내야 하는 나로써는 꽤나 큰 타격이다. 그런데 그 쥐꼬리만한 월급을 줄 돈이 없어서 밀리는 것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월급이 안나온다고 해서 바로 퇴사나 이직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같이 있던 동료들도 어려움을 같이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가 매각이 되고 몇몇 사람들이 이탈하면서 직장 생활을 힘들게 해 나가게 되었다. 그 이유는 매각이 되었더라도 당시 회사에서 “자금” 문제 때문에 프로젝트에 투입을 해야 되는 돈이 없어서 일이 계속 지연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봉 협상 날짜가 되었을때 나에 대한 평가를 “매출”로 하는 어이없는 일도 생겨났다.

작은 회사들의 한계일까? 한창 IT 벤처 붐이 일었고 성공한 회사들이 꽤 있었지만 내가 다녔던 벤처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월급이 밀리기도 하고 인상은 전혀 되지도 않았으며 최저 시급 수준의 월급을 받으면서 꾸역꾸역 다녔기 때문이다.

내가 다녔던 벤처 회사는 마치 고장난 차와 같았다 – pixabay

회사에서 어거지로 “프로그래머”로 전향을 제시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전향을 했다(물론 이 선택은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잘한 선택이다). 그럼에도 일은 늘어나고 월급은 180만원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서 내 소중한 첫 직장 경력을 쌓았던 “벤처” 회사에 대한 추억은 사람과 경력만 남았을 뿐 벤처 그 자체는 결코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회사 매출이나 회사 재무 상태에 왜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지… 그래서 이후 회사는 다시는 “벤처” 회사가 아닌 안정적인 재무 상태의 회사를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안정적인 회사에서 어쩔수 없이 퇴사를 하게 되었다

이후에는 대기업은 가지는 못했지만 대기업 자회사나 중견기업에서 개발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비교적 매출이 안정적이고 업계에서 꽤 인지도 있는 중견기업에 이직을 했다.

그 회사는 꽤 오래 다녔다. 무려 5년을 다녔는데 월급을 밀리거나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하거나 하지 않았다. 그래서 거기서 나름 프로젝트를 진행한 경력을 꽤 쌓았다.

물론 그 회사의 장단점은 분명히 있다. 단점도 꽤 있었지만 그 회사를 다니면서 “임베디드 리눅스 시스템” 에 대해 좀더 많이 알게 되었고 나름 인정도 받았다. 그리고 그 회사에서 지금의 와이프를 만났고 결혼까지 하게 됐다.

그 회사에서 제 2의 인생을 시작을 하게 되니 나름 고마운 회사이다.

하지만 회사를 오래 다니는 것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회사는 규모가 있었지만 매우 보수적이었으며 연봉 인상도 정말 찔끔 되는 정도였다. 장점이라면 안정적이기 때문에 월급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으며 나름 혜택도 있던 회사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회사의 사업부가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인원을 정리하기 시작하더니 나한테까지 여파가 왔다. 난 매우 기분이 나뻤고 이직 준비를 하여 다른 회사로 합격을 하고 이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직을 한게 실수였다. 이직을 한 회사는 꽤 규모가 큰 중견기업의 계열사였다. 그런데 겉과 다르게 회사 내부는 보수적이면서 내부 직원들이 자기들만의 세계를 구축한 “고인물들의 향연” 이었다.

그리고 개발일이라고 하지만 거의 “테스터” 나 “기술지원”에 가까웠다. 내 차를 몰고 외근을 가야 했으며 하루종인 반복 테스트만 한적이 많았다. 도저히 적성에 맞지도 않고 동료들도 같이 일하기가 어려웠다.

하루라도 빨리 회사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그래서 대략 3개월째 되었을때 아는 지인에게 자리가 있냐고 물어봤다. 당장은 없으니 기다려보라는 말밖에는 해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체념하고 있던 찰나….

내게도 스타트업 회사의 기회가 열리다

그 아는 사람의 전화가 왔다. 정말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도 임베디드 개발 자리가 났다고 했다. 그래서 나를 추천해 줄 수 있다고 했다.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다. 현재 회사에서 탈출할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그 회사는 “스타트업” 이라고 했다.

스타트업이라… 최근에 “벤처” 회사가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로 바뀌어 부르는거 같다. 그리고 “스타트업” 이라는 말도 최근에 모바일 시대로 전환이 되면서 “카카오톡”, “쿠팡”, “배달의 민족”, “야놀자” 등등 작은 회사로 시작하여 엄청난 성공을 거둔 회사가 생겨나면서 좋은 의미의 단어가 되어 있었다.

당시만 해도 IT 업계에서는 수많은 스타트업이 “제 2의 벤처 붐” 을 일듯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었다. 아마 모바일 시대가 급격이 전환되면서 다시 기회가 IT 업계로 찾아온 듯 했다.

하지만 내겐 “벤처” 혹은 “벤처를 대신할 단어인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이미 벤처라는 곳을 경험했고 단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제는 가장이었기 때문에 갑자기 월급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것을 또다시 경험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현재 회사가 너무 다니기 싫었다. 내게는 개발적인 일보다 테스트나 기술 지원 일이 지속되고 있었고 자꾸 이상한 업무가 내게 할당되었다. 그래서 도저히 견디기 어려워 일단은 현 상황을 탈피하고자 심사숙고 끝에 추천한 스타트업에 면접을 봤고 합격을 하였다.

면접 과정이나 연봉협상 과정에서도 꽤 기분 나쁜 일을 겪었지만 거기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일단 스타트업 회사에 합격을 하고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를 하는데에도 우여곡절이 꽤 있었기 때문에 얘기를 하자면 너무 길다^^

젊은 직원들 그리고 활기찬 회사

추천해서 합격한 스타트업 회사는 요즘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회사들에 비해 약간은 달랐다. 그 이유는 대다수의 회사들이 모바일이나 웹 + 서버 등으로 주로 서비스 위주를 개발하여 공급하는 아이템을 주로 한다면 이 회사는 모바일 + 웹 + 임베디드 등을 종합적으로 개발 및 취급하는 회사였다.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으로 매우 젊고 활기찬 회사였다 – pixabay

가장 큰 특징은 “스타트업” 답게 경영진과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꽤 젊다는 것이다. 직원들 평균 연령은 30대 초반이었고 경영진들도 나보다 어리거나 또래였다. 당시에 내가 30대 후반이었으니 그만큼 사람들은 꽤 젊은 편이다.

입사할 당시 직원수는 10명이 좀 넘는 상태였다. 그런데 모바일과 웹을 하면서 임베디드 단말까지 동시에 개발한다는게 흔치는 않았다. 즉 서비스 기업의 특징도 있고 IT 제조업의 특징도 같이 가지고 있었다.

젊은 회사 답게 분위기가 꽤 자유롭고 활기가 넘쳤다. 직전 회사의 “보수적인” 분위기에 비해 꽤 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임베디드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단말을 개발하는 업무를 맡았기 때문에 업무적으로도 만족하기도 했다.

중간중간에 티 타임을 가지기도 했으며 일과를 마치면 삼삼오오 회식도 하는등 분위기도 꽤 좋았다. 그렇게 1개월~2개월~3개월이 흘러서 제품 시연을 하게 되었다.

내가 성과를 내고 투자를 받게 되다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스타트업이다. 무슨 말이냐면 회사에 이미 만들어놓은 아이템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

임베디드 리눅스 기반의 단말을 개발하는 걸로 입사를 했지만 제대로 해놓은게 아무것도 없었다. 즉 내가 입사하기 전에는 하드웨어 PCB 도 제대로 만들어져있지 않다는 뜻이다. 당연히 S/W는 말할것도 없다.

꽤나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어느정도 안정적인 시스템이 돌기까지 내 옆에 지인 프로그래머와 머리를 싸매가며 개발을 진행하였다. 개발과 관련해서는 다른 누구의 도움이 받기가 어려웠다.

마치 내가 창업하여 모든것을 다시 시작한 느낌이었다. 경영진은 포함하여 다른 직원들은 “임베디드 리눅스”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다.

내가 초반에 설계를 해야만 했다 – pixabay

하지만 일정은 급했다. 그리고 몇개월 뒤에 “투자를 위한 데모”를 진행한다고 했다. 또 당황스러웠지만 나름 집중을 하며 열심히 개발을 했다.

어떻게 어떻게 해서 6개월 뒤에 드디어 투자자들에게 시연하기 위해 데모를 진행했다. 직접 출장을 가서 문제가 없는지 서포트를 했다. 다행히도 개발했던 단말이 주가 아니라 모바일 앱이 주였기 때문에 나는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이었다.(내가 시연 담당자는 아니다.)

데모는 나름 성공적으로 끝났고 단말이 문제를 일으키거나 하지 않았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경영진이나 윗선으로 부터 수고했다고 격려의 말도 들었다.

그리고 데모의 결과로 “투자”가 결정되었다고 했다.

투자금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내가 듣기로는 “시리즈 A” 정도 된다고 했다. 스타트업이 이정도 투자를 받기까지도 꽤나 어렵다고 한다. 물론 정확한 투자금이 얼마나 되는지는 퇴사할때까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임베디드 리눅스의 지식이 전무한 회사에서 입사하여 나름 성과를 냈으니 보람을 느끼긴 했다. 그리고 투자까지 받았으니 거기에 걸맞는 보상도 이뤄지겠지? 라는 기대도 가지게 되었다.

스타트업의 실체가 점점 드러나다

입사하고 1년동안은 정신없이 산거 같다. 그럼에도 심적으로는 편했던거 같고 나름 성과도 이뤄냈으니 “스타트업”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지 않았던거 같다.

하지만 투자가 결정되고 본격적으로 일정이 잡히면서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낌새가 이상했다 – pixabay

투자가 결정된 덕분이었을까? 작은 사무실에서 큰 사무실로 이전을 하더니 프로젝트의 방향이 갈지자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다. 갑자기 조직 개편이 이루어지고 개발 일정이 오락가락 해진다.

데드라인은 정해져 있는데 개발 진행 사항은 더디고 더디게 된 원인도 “오락가락 일정” 때문이다. 또한 갑자기 엉뚱한 기능이 추가가 되어서 반드시 해야 된다고 하다가 그 기능 검토후 불가능으로 판단되자 손바닥 뒤집히듯이 기능이 빠지고 다른 기능이 추가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가장 불편했던 것은 예고가 없다가 뜬금없이 2~3일 뒤에 시연 및 기능 추가다. 위에서 전혀 공지도 없고 낌새도 없던 일들이 갑자기 공지가 되면서 무조껀 해야 된다고 한다. 소통의 부재와 매니징이 엉망이 되가고 있었다.

기능 추가에 대해서 검토를 할때도 꼭 해야 된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개발팀에서 검토를 해보고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2~3번 보고를 해야 그때서야 철회된다. 개발에 집중을 하는게 아닌 보고와 검토만 하는 피곤함이 지속된다.

그리고 개발을 진행할때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꼭 필요한 장비나 도구가 필요하다고 설명을 해도 임베디드 업계에 경험이 없는 윗선에서는 이해를 잘 하지 못했다. 프로그래머인 내가 하드웨어 부품 컨택이나 기술 지원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생기기 시작했다.

게다가 팀간의 “사내 정치”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10명이었던 회사가 점점 사람이 늘어 30명 수준까지 늘었는데 경력자보다 신입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화기애애했던 사내 분위기가 서로 뒤에서 물어뜯고 험담을 하는 “정치질”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개발했던 제품을 고객사에 납품을 해야 하는데 계속 일정이 지연되고 있었고 관련하여 팀별끼리 갈등과 싸움이 반복되고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해서 겨우 첫 납품을 이뤄냈지만 여기저기서 빵빵 터지는 이슈들로 인해 잦은 출장과 대응에 몸사리를 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되면 나도 모르게 불만이 다른 사람에게 표출된다. 관련하여 팀에서 논의를 하고 경영진들의 면담과 회의를 시도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입사 초반의 젊고 역동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경영진들은 “투자”의 달콤함을 맛본 것일까? 방어하기에 급급했고 “젊은 꼰대”가 따로 없었다.

결국 퇴사를 결정하다

지인 프로그래머와 힘겹게 회사에서 버티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름 회사에 기여를 했고 열심히 했던 탓에 기다리면 상황이 나아질꺼라 생각하고 묵묵히 할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퇴사를 결정하게 되는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1차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추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팀”을 배제하려는 회사의 방침을 알게 된것이다. 그리고 나와 내 지인 프로그래머는 마치 “알아서 나가라..” 고 눈치를 주는거 같이 팀별 회의에서 우리팀의 의견이 완전히 묵살되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정말 당연한 기술적 검토 의견를 내도 우리팀의 의견이 무시가 된것이다.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는 다른 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서 그쪽 손을 들어줄때가 비일비재했다.

1차 프로젝트때 완료되기 전에 수많은 이슈가 발생했고 그와 관련해서 우리팀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표출된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고 느꼈다.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했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팀의 업무가 마치 “기술지원” 정도의 수준으로 바뀌거나 외부 잡무 위주로 할당을 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정말 화가 났다. 우리팀이 회사 데모나 투자에 기여한게 많은데 이렇게 취급할줄을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경영진들은 “사내 정치”를 매우 조장했다. 불만을 많이 표출하던 우리팀을 “자를 수는” 없으니 이런 저런 신호를 주면서 나가게끔 하려는거 같았다.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당시 경력 10년이 넘은 내가 눈치를 채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서도 없으면 아쉬우니 잡일이라도 시키자는 윗선의 이중적인 태도에 소름이 끼쳤다.

그동안 개발로 먹고 살면서 이렇게 체계가 엉망이고 사내 정치나 조장하고 일방적으로 다른 사람 편을 드는 경영진들은 처음 겪어본다. 또다시 고민이 많아지며 “스타트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결국 “퇴사” 를 결정했다. 나를 이렇게 취급하는 회사에서 더 있어봤자 정신적 스트레스만 받을께 뻔했다. 이직 준비를 한 뒤에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퇴사를 감행했다. 그런데 더욱 웃겼던 것은 경영진 면담때 이미 그들도 너가 나갈것을 예상했다는 발언과 태도였다.

마지막까지 부정적인 생각과 함께 회사문을 떠나면서 난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다시는 “스타트업” 오나 봐라.

스타트업을 가려는 프로그래머에게…

스타트업은 여전히 IT에서 떠오르는 단어이다. 그리고 현재도 수많은 스타트업이 역동적으로 성공을 위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을 경험한 나는 여전히 “부정적” 인 인식이 깔리게 되었다.

쿠팡, 배달의 민족, 카카오, 당근마켓, 야놀자 등등.. 스타트업으로 시작하여 성공한 회사들이다. 하지만 이들 외에 수없이 망하고 일자리가 불안정한 스타트업들을 또 알아야 한다.

IT는 스타트업을 하기 좋은 분야다. 비교적 자본이 덜 들어가고 아이템이 성공하면 엄청난 성공을 이룰 수 있다. 그래서 스타트업 = IT 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런데 이걸 이용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있다. 스타트업으로 성공한 회사들의 사례와 드라마등의 좋은 인식을 바탕으로 잘 모르는 경험이 많지 않은 프로그래머들을 자신들의 성공을 위해 끌어들인다. 지금은 어렵다는식의 말 포장으로 낮은 연봉을 주면서 부려먹는 스타트업도 적지 않다.

특히 “신입” 프로그래머들은 스타트업을 갈때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아이템만 있고 “아무것도” 없는 스타트업에 가서는 개발 경험도 쌓기 어렵고 시간만 허비하며 월급도 적게 받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이걸 잘 아는 스타트업 경영진들은 이런 신입 프로그래머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끌어들인다.

성공하면 회사 지분과 함께 보너스도 지급하겠다. 대신에 현재는 낮은 연봉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앱, 서버, 웹 모든것을 다해야 한다. 또 누가 널 도와줄수는 없다.

전형적인 사기꾼들의 수법이다. 한가지도 하기 어려운데 모든것을 다해야 하고 연봉이 낮은것은 감수해야 하다니… 경력이 필요한 신입들에게는 “스타트업”이라도 들어가길 원할 수도 있지만 이런 회사들은 들어가봤자 제대로 된 경력을 쌓기 어려울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프로그래머가 가기 괜찮은 스타트업 회사는 이렇다.

  • 회사 규모는 작지만 “매출”이 발생하고 있고 아이템이 분명한 스타트업
  • 내가 가서 혼자 개발해야 되는게 아닌 윗 선배가 리딩을 하고 있고 내가 협업하거나 보조 개발을 할 수 있는 스타트업
  • 잡플래닛 같은 평판 서비스에 사람들의 평가가 어느정도 괜찮은 회사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매출”이 발생하고 있고 아이템이 분명한 회사이다. 아이템은 있지만 실체가 없는 회사는 절대 가면 안될 것이다.

스타트업은 분명 장단점이 있다. 자유롭고 성공하면 많은 부와 명예를 보장받는다. 하지만 성공한 스타트업에 들어가는 것은 별따기 만큼 어렵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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