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베디드 프로그래머의 치명적인 단점

부제 :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는 왜 업계를 떠나는가….?

난 여전히 임베디드 리눅스 프로그래머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얼마전에 “제조업”을 떠났다. 

위 글에서도 내 심정을 나름 표현해 놨는데 우리나라 제조업 문화가 싫은 것이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게 싫은것은 아니었다. 잠깐이라도 제조업을 떠나있는게 좋겠다는 생각에 다른 분야의 회사로 이직을 하였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국내 리눅스 대표 커뮤니티인 “KLDP” 에서 꽤나 흥미로운 글을 보게 되었다.

일단 위 링크글이다. 글이 쓰여진 시간이 2021년 8월 6일이니 1년이 채 되지 않은 글이었다.

위 링크 글을 올린 프로그래머의 푸념 글을 캡쳐한 것이다. 그의 고민과 번뇌가 느껴졌다. 그러면서 이 글에 달린 댓글들도 “임베디드 프로그래머” 들의 현실을 처절하게 깨닫게 해주는 글들이었다.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프로그래머가 있긴 하지만 소수이고 대다수의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들은 생각보다 낮은 연봉에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 또한 지난날을 되돌아 보면서 현재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임베디드 리눅스 프로그래머로 경력을 이어오면서 회사에서 보람을 느끼거나 미래가 창창하다는 느낌을 받아본적이 있던가? 라고 했을때 솔직히 그런적이 있었을까? 라고 다시 되뇌어보게 된다. 그만큼 나조차도 임베디드 프로그래머의 현실이 녹록치 않음을 느끼고 있었던것은 사실이었다.

내가 적은 이 글에서도 임베디드 리눅스 프로그래머의 현실이 녹록치 않음을 이미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쪽 분야를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그래도 미래는 희망적이다는 것을 알려주고는 싶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의 미래는 여전히 전망이 밝고 희망적인 것은 맞다. 특히 반도체 분야의 경우에는 임베디드나 펌웨어 프로그래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2022년 현실적으로 봤을때 다른 분야의 프로그래머들에 비해 대우나 처우가 좋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 글의 주제는 다소 무거운 내용이 될 듯 하다. 그동안 내가 임베디드 리눅스 프로그래머로 살아오면서 느꼈던 치명적인 단점들에 대해 한번 서술해 보도록 한다. 내가 이쪽으로 살아오고 여전히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을 좋아하지만 단점을 비롯하여 무거운 주제를 언급하는 이유는 이제 이쪽 산업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이나 CEO 들이 더이상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한번 철저하게 내면을 들여다보고 까보면서 성찰을 해야 발전을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 글을 읽는 대학생이나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사람들은 한번 고민해 봤으면 한다.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는 다들 어디갔을까? 임베디드 프로그래머가 없는 이유

지금까지 개발일을 하면서 여러 프로그래머들을 만나보고 여러 얘기들을 들어보면서 이런 얘기들을 종종한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들은 죄다 어디 갔냐?” 

내가 처음 일을 시작했던 2006년도에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에 종사하는 인력들이 꽤나 많이 보였다. 당시만 해도 프로그래밍의 주요 언어는 C, C++ 이었고 대학때는 C,C++이 필수 전공 과목이었으며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들 외에도 하드웨어 엔지니어들의 숫자가 꽤나 많았다. 

물론 그때도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었다. 필자도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한 회사에서 하드웨어 엔지니어를 시작하였는데 작은 회사에서 하드웨어 엔지니어가 8명, 임베디드 프로그래머가 5명으로 프로그래머 비율이 적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하드웨어 엔지니어들의 비율은 줄지 않는 대신에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들의 이탈이 잦아졌다. 회사가 어려워진 부분도 있었지만 오르지 않는 연봉 때문에 이직을 한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들이 몇몇 있었다. 

개발 인력 특히 프로그래머가 이탈하면 자연스레 회사 업무에 지장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요즘도 그렇지만 십수년전 당시에도 상대적으로 프로그래머 인력이 부족했었고 회사 사정상 추가 인력은 더이상 채용되지 못했다. 당시에도 리눅스 프로그래머 인력이 많지 않았고 면접을 보더라도 당시 회사에서 제시한 연봉이 맞지 않아 실제 입사를 한 프로그래머가 단 1명도 없었으니 말이다. 

오히려 하드웨어 엔지니어들끼리 이슈 대응을 하다 그중에서 나이가 제일 적은 필자가 당첨(?)이 되어서 프로그래머로 전향하게 된 역사가 있다! 당시만 해도 20대 후반이었고 리눅스를 다룰줄 알았던 사람이 하드웨어 엔지니어들중에선 나밖에 없었으므로 내가 프로그래머로 전향하길 권유를 받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가중되는 업무는 내게 부담이 되었고 결국 내가 퇴사를 하게 된 계기가 되고 말았다. 중소기업에서 상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함에도 추가 인원은 채용이 되질 않고 일은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르지 않는 연봉과 저임금은 내가 결국 신입으로 몸담았던 회사를 떠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아마 다른 프로그래머들도 마찬가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프로그래머들의 연봉 수준은 정말 처참했다. 대기업을 제외한 중견, 중소 기업의 신입 프로그래머 연봉은 대졸 기준으로 2200~2400 만원 수준이었으니깐. 당시에 4년차 경력인 내가 2400만원을 받고 일을 했으니 말 다했다.

부담이된다

적은 연봉에 많은 개발 엄무 부담은 분명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들에게 부담이 될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른 S/W 분야도 당시만 해도 저임금으로 이미 유명했지만 임베디드 관련 업종의 프로그래머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업무 부담도 부담이지만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들의 기술 습득에 대한 부담도 상당했던거 같다. 하드웨어 관련 지식도 알아야 되면서 소프트웨어 관련 기술도 끊임없이 터득해야 한다. 임베디드 쪽 프로그래머들은 하드웨어 엔지니어들과도 업무 협업을 자주 하기 때문에 여기에 따른 스트레스도 존재한다. 

또한 경력을 시작하고 나서 몇년 뒤부터는 서서히 “IT 기피” 현상이 사회 전반적으로 깔리기 시작했다. 저임금에 장시간 근로의 IT 업종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임베디드 업종의 경우에는 큰 규모의 회사를 제외하고는 연봉 인상이 전반적으로 높지 않게 되면서 개발 업무량에 비해 대우가 좋지 않다는 인식이 점점 퍼졌던거 같다. 

그나마 유일한 장점이라고 하면 일반 S/W 분야에 비해 좀더 오래 할 수 있다는 거?

이렇게 되다 보니 내 주변에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하는 사람들은 하나 둘씩 안보이기 시작했다. 임베디드 분야를 떠나 어플리케이션(앱) 분야로 전향하거나 아예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들은 그만두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는 원래 그 숫자도 많지는 않았지만 기존 인력들도 업계를 이탈하는 현상이 꽤나 늘어나면서 현업에서는 일할 사람들이 많이 부족해진 탓이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임베디드 분야 프로그래머들은 여전히 찾기도 어렵고 늘 인력은 부족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발 환경은 열악하고 최근 IT 유니콘 기업에 비해 연봉 상승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규 인력 유입도 없고 기존 경력자들도 이탈해 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요즘 뉴스에서 나오는 IT 관련 뉴스중에 하나는 “개발자 모시기” or “프로그래머 인력 부족” 등이다. 신입 프로그래머부터 국내 대형 IT 서비스 기업이나 유니콘 기업들이 어마어마한 연봉을 지급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이 또한 “부익부 빈익빈” 이며 프로그래머의 절반정도는 해당 사항이 없다는게 통계로도 나와있다. 특히 “임베디드 프로그래머” 들은 여기서 꽤나 먼나라 이야기일 수 있다. 중소 제조업 기업에는 신입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들에게 3천만원 주기도 버겁다. 

이러니 누가 임베디드 분야로 진출을 하려고 할까? 기존에 있던 경력자들도 도망갈 판이다. 경력 10년이상 되도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는 연봉 6천만원 받기도 쉽지 않은게 이 쪽 현실이다. 자연스레 인력 이탈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임베디드 프로그래머가 사라지는 경제적 논리

그렇다면 임베디드 프로그래머가 점점 사라지는 근본적인 원인이 뭘까? 중소 제조업들의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고 하는데 열악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위의 링크는 100억 이상의 SW 기업에 대한 통계가 나와 있는 기사다. 2017년도 기준이므로 지금과는 약간 다르긴 하지만 위 통계를 보면 생각보다 많은 SW 기업들이 100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나와 있다. 

1천억 이상 매출도 91곳 정도 되는데 과연 이중에서 임베디드 SW 기업은 몇군데나 될까? 우리는 여기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현실을 알 수 있다. 

IT 서비스나 게임 같은 분야의 SW 기업의 매출은 국내 기업이라고 해도 어마어마하다. 국내 서비스 양대 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우리가 잘 알다시피 “대기업” 이다. 이들의 매출 규모는 “조” 단위이며 그만큼 채용된 프로그래머들도 많고 연봉도 높게 준다. 어찌보면 당연한 논리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기업들은 근무 환경도 좋고 연봉도 많이 주기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많은 신입 프로그래머들의 지원이 몰리고 너도나도 선호하는 기업이 되어 있다. 이 밖에도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같은 게임 회사, 배달의 민족, 쿠팡 같은 유니콘 회사들은 많은 연봉을 지급하고 근무 환경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반면에…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로 유명한 회사들이 있던가? 과거에 팹리스 반도체들이 유명했지만 현재는 몇몇 회사 말고는 이미 그 명맥이 사려졌으며 벤처에서 성공한 IT 제조업 회사들이 현재 남아있는 회사들이 많지 않다. 아마도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잘나가던 IT 기기들을 제조하던 회사들은 죄다 망한 탓이다. 

그나마 네비게이션, 블랙박스 등을 제조하는 IT 제조 회사들의 명맥은 유지되고 있으나 이들 근무환경은 강도높기도 유명하다. 그리고 매출 규모로 봐서도 네이버나 카카오, 게임 회사, 배달의 민족 같은 유니콘 회사들이 비해 초라하다. 

즉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다르는 회사들의 규모가 작고 시장 자체도 작으니 자연스레 근무환경이 열악해지고 연봉이 적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업 규모가 큰 “삼성전자”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와 리눅스 등을 다루는 회사다. 하지만 삼성전자에서 일하는 프로그래머들의 숫자는 제한되어 있다. 그 밖에 규모가 큰 몇몇 전자 제조 대기업 빼놓고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회사들의 시장 규모(파이) 자체가 작다고 볼 수 있다. 

회사 규모가 작으면 그만큼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월급이 줄어드는게 당연하다. 지극히 “시장주의”적 이치인 셈이다. 예를 들면 국내에서 배를 만드는 3대 조선소가 있다고 하면 그 조선소 들의 하청을 받는 하청 업체들은 매출 규모가 작으며 거기에 속한 직원들의 월급이나 처우가 열악한것 또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임베디드 분야도 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임베디드 관련 분야의 회사들은 자체 솔루션이나 자체 제품을 출시하는게 아닌 대기업의 하청을 받아서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들이 꽤 많다. 예를 들면 LG전자의 전장사업부에서 차내에 들어가는  AVN을 개발하려고 하면 이 AVN을 자체 개발하는 것이 아닌 여러 중소 기업에게 하청을 줘서 개발을 하게 하는 방식이다. 

LG전자의 하청을 받은 중소기업들은 자체 솔루션이 아닌 LG 전자의 요구사항대로 시스템을 개발하기 때문에 LG전자의 스펙에 맞게 개발만 하면 끝이다. 이 하청 기업들은 LG전자의 외주 개발 위주로 하기 때문에 LG 전자의 정책에 따라 회사의 매출 변동이 발생할수 밖에 없는 구조다. 즉 원청 리스크에 매우 취약하다.

이런 상황이므로 중소기업을 쥐어 짜내어 최대한 단가를 낮추는 정책을 펴는 우리나라의 대기업 문화가 임베디드 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시장 규모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대기업의 일감을 받아다 매출을 일으키는 임베디드 관련 중소기업들은 자기 회사에 소속된 프로그래머들에게도 많은 연봉을 지급하는게 쉬울리 없다. 

열악한 상황에 처한 중소 IT 제조업 회사들의 프로그래머들은 지속적으로 떠나고 신입 프로그래머들도 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회사를 운영해야 하고 인력은 필요하니 끊임없이 인력은 채용하지만 이런 열악한 현실을 잘 아는 프로그래머들은 IT 서비스 대기업이나 어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가려고 하지 일은 더 많이 하고 대우도 좋지 않은 임베디드 IT 제조업 회사를 당연히 오지 않아 인력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가지게 된다. 

결국 사람이 오지 않으면 해당 IT 제조업 회사들은 남은 인력으로 어떻게든 운영하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3명이 할것은 1명이 하게 되는 “일폭탄”에 빠지게 된다.

뫼비우스띠
임베디드 혹은 IT 제조업 회사들의 악순환은 지속되고 있다.

말도 안되는 일정 or 일폭탄에 빠지게 되면 기존의 프로그래머들은 “번아웃”이 오게 된다.  야근을 밥먹듯이 해서 개발을 열심히 해도 대우가 결코 좋아지지 않는다. 또한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IT 제조업 중소기업 경영진들은 여전히 프로그래머들의 대우에 인색하고 “너 아니면 다른 사람을 뽑으면 된다~” 라는 80~90년대 라떼는 말이야~ 식의 논리가 펼쳐진다.

번아웃에 걸린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들은 서서히 임베디드 분야를 떠나기 시작한다. 당연히 신입들도 오지 않는다. 채용 시장에서 임베디드 분야는 찬바람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중소 IT 제조업 회사들은 쓸만한 사람이 없다고 난리다. 

이런 경제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임베디드 산업”은 점점 그 파이가 줄어들고 인력도 떠나게 된다. 또한 예전에 한국에서 했던 일감들의 많은 부분은 중국이나 대만 같은 싸고 질좋은 “세계의 공장”으로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간 상태다. 훨씬 더 싼 가격에 품질도 나쁘지 않은 중국과 대만의 공세에 국내 IT 제조업이 이겨낼 수가 없다. 

이렇게 알아서 인력이 정리되는 상황이니,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들은 국내에서 미래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이런 현실에서 오래 버티려는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들이 줄어드는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Hardware 없이 개발하기 힘든 특징은 꽤나 불편하다

이 부분은 내가 생각하는 임베디드 분야의 단점이라고 볼 수 있다. 

라즈베리파이 B+ 모델

임베디드 분야는 전자 회로나 하드웨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위의 사진은 라즈베리파이의 보드 사진이다. 

특정 시스템이나 단말을 제조하다 보니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가 반드시 필요하다. 웹이나 어플리케이션 분야의 개발에서는 단지 PC만 있어도 되는 환경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임베디드 분야의 개발을 하려면 PC 뿐만 아니라 내 PC 옆에 개발 보드 등의 “하드웨어”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다. 

보드가 없으면 SW를 개발하여 테스트를 하거나 디버깅이 불가능하다. 원격이나 SSH 같은 걸로 가능할 수 있으나 시스템 부팅 초기에 발생하는 이슈나 시스템 행(Hang) 이 걸리는 문제를 디버깅 하려면 보드가 꼭 있어야 가능하다. 

이런 개발 환경은 프로그래머가 “이동의 자유”를 꽤나 제한하게 만든다. 스마트폰 앱 개발을 하는 프로그래머가 회사든 집이든 카페든 전 세계 어디서나 개발을 할 수 있는 것에 비해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는 회사나 실험실에서 개발을 할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팬데믹 상황에서도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는 당연히 재택 근무가 어려워지게 된다. 네이버나 카카오의 프로그래머들이 현재까지도 “재택근무”를 지향하고 있는 반면에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들은 그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

“장소의 제약”은 프로그래머들에 꽤나 답답해질 수 있는 것이다. 같은 프로그래머이지만 누구는 집이나 제 3의 장소에서 좀더 편하게 개발을 하는 반면에 누구는 꽉 막힌 회사나 실험실이라는 공간에서 개발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자유로운 프로그래머를 지향하는 나로써는 이 부분도 꽤나 걸림돌이었다. 임베디드 분야를 좋아하지만 “장소의 제약”은 내게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유일한 단점이라고 볼 수 있다. 

좋은 시절은 과연 올까?

내가 개발을 시작했던 15년 전에는 임베디드 분야가 산업에서 꽤나 유망한 분야로 발돋움하던 시기였다. 여전히 그때도 열악했고 처우가 좋지 않았지만 정부에서 유망 분야로 지원도 많이 하고 현재 다시 이슈가 되는 “반도체” 분야도 당시만 해도 꽤나 중흥기였던 시기였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IT 서비스나 웹, 앱, 알고리즘, AI, 빅데이터 같은 순수 소프트웨어 분야의 엄청난 기술 발전이 이뤄졌고 IT 제조업으로 분류되던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는 점점 쇠퇴한다는 느낌이 들정도로 국내 산업에서 뒤쳐지고 있다. 

물론 여전히 임베디드 산업은 성장하고 있고 관련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IT 서비스로 대표되는 순수 소프트웨어 분야에 비해 경제규모도 보잘것 없고 대우나 처우가 결코 좋아지지 않고 있다. 

최근까지 나도 임베디드쪽에 있으면서 최대한 버텨보려고 했지만 기술 트렌드가 바뀌고 처우가 나아지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어서 이쪽 분야를 일단 떠나기로 결정했다. 언제 다시 돌아올지는 모르겠지만 국내 IT 제조업 회사들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한은 다시 돌아가지는 않으려고 한다. 

그래도 여전히 기대는 하고 있다.  임베디드 분야의 프로그래머들이 지속적으로 이탈하고 IT 제조업 규모가 줄어들어도 “리눅스”가 탑재되는 시스템은 당분간 사람들의 필수 도구가 될것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들은 필요로 하고 있고 수요는 끊임없이 있다. 

또한 나이가 들어서도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들은 여전히 현업에서 활동중이다. 필자도 은퇴하기 전까지는 프로그래머로 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임베디드 프로그래머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IT 분야의 암흑기는 불과 10년전에 있었고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웹과 앱 같은 어플리케이션 분야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어 관련 프로그래머들의 처우나 대우가 개선된 것은 “격세지감” 이라고 볼 수 있다. 임베디드 분야도 언제 이런 “빛”이 나올수는 예상할 수 없지만 다시 “중흥기”가 올 수도 있다. 

그래서 난 임베디드 분야의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 쪽 분야에 대한 개발과 관심을 가지려고 하고 있다. 비록 현재는 잠깐의 외도로 인해 임베디드 프로그래밍에 집중하기 어렵지만 “자유로운 프로그래머”로 완전한 정착이 이뤄지면 다시 자연스레 임베디드 분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임베디드 분야로 돌아오게 된다면 처우가 대우가 좋지 않고 꼰대, 일정 재촉, 일폭탄, 사내 정치, 보수적, 군대 문화, 비 합리적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로 상징되는 국내 중소 IT 제조업 회사로는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런 회사들은 이제 서서히 도태되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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