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와 학벌

(이글은 지극히 글쓴이의 개인적인 생각이 담겨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프로그래머는 현대 사회에서 꽤 독특한 직업에 속하는 편이다. 남들과 똑같이 “일”이라는 것을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무슨일을 하는지 옆에서 지겨보는 것만으로는 절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프로그래머들의 하는 일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일과는 약간 다르다.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노동력을 사용하여 음식을 만들거나, 물건을 팔거나, 물건을 옮기고, 기계를 조작하는 일이 아니지만 사람들을 편리하게 하는 “도구”를 만드는 일을 한다. 그 도구를 만드는 과정을 일반 사람들이 알기에는 매우 어렵다. 

그 과정을 알기가 어려운 이유는 “코딩” 이라는 일종의 컴퓨터와 대화하는 언어를 사용하여 도구를 만들기 때문이다. 뭔가 암호문 같기도 하고 설계 문서 같기도 하지만 그걸 해독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알아야만 한다. 시중에서 관련 책은 무수히 많지만 일반인들이 그 언어로 짜여진 “소스”를 바로 보고 알기에는 다소 어렵다. 

그래서 일반 사람들의 편견 아닌 편견중에 “프로그래머”는 좋은 대학 출신이 코딩 능력이 뛰어나고 괜찮은 프로그래머가 될거라고 “착각”을 한다. 그러한 편견이 생긴 이유는 아마도 TV나 언론에서 비춰지는 프로그래머들의 대다수가 명문대 출신의 프로그래머라서 그럴 수 있다. 

과연 그럴까?

이 글을 쓰게 된 사연

코드도사의 포스트 중에는 “임베디드 리눅스 프로그래머”의 처우에 대한 글이 있다. 

이 글에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의 질문 댓글이 달렸다. 예상보다 많은 관련 전공자나 학생들이 주로 댓글을 다는 편이다. 아마도 현업에 종사하는 내가 적어놓은 글이어서 그런지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걸로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학생들중에는 이런 내용의 질문을 첨부하는 학생들이 있다. 

“인서울권 대학에 재학중인…..” 혹은 “수도권 대학에 재학중인…”

아마 댓글을 다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취업을 고민하면서 “스펙”에 대한 부분도 프로그래머 입장에서 고려 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궁금한 걸로 추측된다. 

위의 스펙 정보는 쉽게 말해서 “학벌”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프로그래머로 관련 기업에 취업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그래서 난 이 부분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기로 하고 정리해 보고 싶었다. 

학벌이 괜찮아야 “프로그래머”가 될수 있는건가?

일단 이 질문에 대답은 “노(No)” 이다. 학벌이 좋다고 해서 관련 전공자가 프로그래머가 될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학벌이 나쁘다고 해서 프로그래머가 될수 없는것은 말도 안된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각 대학마다 순위가 나름 정해져 있는 편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뛰어나고 인재들이 모이는 대학인 “서울대” 를 비롯해서 “연세대”, “고려대” 등이 소위 SKY 대학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명문대학이라고 불린다. 

이들 대학 출신 프로그래머들이 성공한 사례는 실제로도 많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물들 중에는 최근에 정치인으로 변신한 서울대 출신 “안철수” 대표가 있고,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이 있다. 이들은 전부 대한민국에서 최고 명문대학인 “서울대” 출신들이다.

왼쪽부터 김택진 대표, 김범수 의장, 안철수 대표

이들 서울대 출신의 프로그래머들은 회사를 창업하여 막대한 부와 명예를 가지고 있는 중이다. 여기서 살짝(?) 다른 길로 들어선 안철수 대표도 있지만 어쨌거나 이들은 명문대 출신의 프로그래머들로써 경제적, 사회적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프로그래머 출신 기업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명문대 출신이라고 해서 프로그래머의 성공을 반드시 보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명문대 출신의 프로그래머가 성공한 사례는 있지만 명문대 출신 프로그래머들이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즉 명문대 출신의 프로그래머가 성공할 수는 있지만 명문대 출신이라고 해서 프로그래머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충분 조건이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은 사실 “자격”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가 잘 아는 전문직종인 “의사”, “변호사”, “판사” 등은 국가가 공인한 자격증이 있어야 그 일을 할 수 있다. 반면에 프로그래머는 누구나 하는게 가능하다. 그리고 누구나 할 수 있게 열려 있어야 하는 직업이어야만 한다. 

물론 프로그래머를 하려면 암묵적으로 용인된 “스펙”은 필요하다. 아무래도 2년대 전문대학 이상 관련학과인 컴퓨터, 전자, 정보통신, 전산학과 출신들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이들 학과를 졸업하고 나서 프로그래머로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원하는 회사에 서류 전형과 면접을 봐야 하는데, 이들 전공자들이 신입이라고 할지라도 서류 전형에 합격할 확률이 높다. 

전공자들은 대학에 다닐때 1개 이상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습득했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기억에 남지 않고 오래되었다고 해도 이들 전공자들이 프로그래머로 일하는게 회사 입장에서도 좀더 효율적일 것이다. 즉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으로 취업을 하려면 2년제 이상의 관련 학과 대학을 나오는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 외에는 자신이 프로그래밍 언어를 잘 다룰줄 알고 프로그래밍 경력이 있다면 누구나 프로그래머로 일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되어야 하는게 맞다. 전공자와 비 전공자간의 차이가 있어서는 안된다. 그 차이는 오로지 “실력” 이어야만 한다.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서는 그래서 “명문대”를 나올 필요가 전혀 없다. 명문대 출신들이 프로그래머로써 성공한 사례가 있을 뿐이다. 누구든지 실력만 있으면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서열화 된 대학 순위에서 한참 떨어지는 대학을 나왔다고 해도 프로그래머로 취업을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런데… 여기서 눈 여겨 봐야 할 것은 규모가 큰 기업에서 일하고 싶은 프로그래머들이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프로그래머라고 해도 스펙이나 학벌을 눈여겨 보고 실제로 학벌이 좋은 사람을 채용한다. 

물론 대기업들은 학벌도 좋은 사람이면서 프로그래밍을 할줄 아는 사람 위주로 뽑는다. 이런 경향은 얼마전까지도 이어졌는데 현재는 유니콘 기업을 중심으로 오로지 “코딩 테스트”와 실력으로 채용을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다소 합리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학벌”이 좋은 사람을 뽑겠다는 것에 대해 말리고 싶지는 않다. 사람을 채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기업의 정책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회의 공정을 바라지만 아직까지 규모가 큰 기업들은 “학벌”을 보고 있는것 같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 있다. 학벌이 좋고 규모가 큰 대기업에 종사하는 프로그래머가 과연 실력이나 성과를 잘 낼 수 있을까? 그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에 있으나 작은 소기업에 있으나 실력이 좋으면 결국 나중에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이직이 가능해진다. 프로그래머로 경력을 시작하고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학벌”에 대한 부분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학벌”을 보는 것은 신입 프로그래머를 뽑을때다. 신입을 뽑을때 “코딩 테스트”를 하지만 신입 프로그래머는 실력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에 가깝다. 따라서 신입 프로그래머가 처음부터 엄청난 성과를 기대하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규모가 큰 대기업의 경우에는 기왕 뽑을꺼 실력을 알 수 없으므로 “학벌”이 좋은 프로그래머를 채용하는 듯 싶다. 

프로그래머로 경력을 시작하고 1년~2년 흘러가면서 경력을 쌓다보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프로그래머의 실력은 점점 차이가 난다. 처음부터 대기업에 입사하여 편한 일을 찾다가 프로그래밍 능력이나 스킬을 쌓지 않는다면 프로그래머로써의 생명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좀 열악하고 작은 회사에 있었지만 착실히 스킬을 키우고 프로그래밍 능력도 키우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였다면 결국 그 프로그래머가 추후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학벌”이라는 것은 프로그래머의 출발 선상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어떤 경력을 쌓고 어떤 스킬을 키우냐에 따라서 대우나 이직이 용이해 진다. 결국 “학벌”은 경력이 많이 쌓이면 의미가 없어진다. 

학벌이 좋아도 스킬이 부족하거나 개발 능력이 떨어지면 결국 도태되는 프로그래머가 될 것이다. 늘 공부해야 하고 빠르게 바뀌는 기술에 대해 적응해야 하며 코딩 능력이 출중해진다면 그는 지속적으로 프로그래머로서 성취감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프로그래머는 학벌에 차이를 두는 우리나라에서도 경력과 스킬에 따라 학벌의 의미가 없어지는 직업 중 하나이다. 즉 능력이 좋으면 “학벌”과는 상관없이 프로그래머로 성공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 성공이라는 것은 “돈”이 될수도 있고 “승진”이 될 수도 있으며 “명성”이 될 수도 있을듯하다.

프로그래머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스킬을 키워야 한다. 그러면 “학벌”은 불필요하다.

최근에 이직을 하였다. 물론 이직은 내 의사와 상관없이 전 회사의 경영상 문제로 인해 어쩔수 없이 하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연봉”은 상승했다. 

프로그래머는 “이직”을 해야 연봉이 대체적으로 상승하는 편이다. 그리고 한 회사에 오래 머무르는 프로그래머는 사실 많지 않다. 필자의 경우에도 한군데 오래 있고 싶어 했지만 회사가 그렇게 놔두질 않은듯 하다.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이직”은 어쩔 수 없이 한다. 

그런데 단 한번도 “이직”시에 연봉이 깍여본적은 없다. 대체적으로 연봉은 상승한 상태에서 이직을 한 셈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학벌”로 볼때 별볼일 없다. 지방의 한 대학을 나왔는데 신입때는 최저 시급 수준으로 받다가 현재는 내 나이 또래 직장인들 수준 이상으로 받고 있는 편이다. 현 연봉이 적게 받는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다. 

프로그래머로써 실력이나 스킬은 내 스스로 생각했을때 뛰어나거나 고급 수준은 아닌듯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면서 내가 끊임없이 해온 것은 있다. 그건 “기술의 습득” 과 “지식 쌓기” 였다. 

프로그래머는 코딩을 물론 잘해야 하지만 코딩만 잘한다고 해서 뛰어난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설계도 잘해야 하고 테스트도 잘해야 하며 협업시 소통도 잘해야 한다. 또한 앞을 내다보는 시야나 정리를 잘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서 나 역시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하면 잘 해야 하는지 고민도 많이 하고 노력도 나름 한듯 하다. 

지금은 그래도 임베디드 리눅스 분야에서는 나보다 많이 알고 있는 주변 프로그래머들을 많이 보지는 못한 듯 하다. 그동안 나름대로 쌓아온 노하우나 기술을 습득한 결과물일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나름 노력한 덕분에 많지는 않더라도 나름 만족할 만한 연봉을 받고 있지 않나 싶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명문대학 출신, 석/박사 출신 들의 프로그래머들과 협업을 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 프로그래머들 중에는 자만하거나 헛 똑똑이 들을 겪어보기도 했다. 말로는 모든게 뛰어나고 어디 출신이라 잘 할수 있다고 하지만 막상 협업을 해보면 “뽀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난 이제 더이상 “어디 출신”의 프로그래머들을 잘 믿지 않는다. 어디 대학 출신이 중요한게 아닌 기술적 능력이나 코딩 실력, 그리고 협업시 원활하게 협업할 수 있는 사람에게 높은 평가를 하는 편이다. 그리고 “학벌”은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프로그래머들에는 더이상 불필요한 존재다. 

프로그래머를 시작하려는 모든 분들에게…

최근에 취업율 저하와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비대면”이 대두되면서 프로그래머는 나름 각광을 받기 시작한 듯 하다. 한때 IT와 프로그래머를 기피했던 전공자들이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비전공자들도 학원을 다니면서 프로그래머를 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프로그래머는 현 상황에서 충분히 기회의 장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고 처음에 접근이 어렵지 어느정도 언어를 다를 줄 알면 누구나 프로그래머로 직업을 삼는게 가능하다. 

전공자든 비 전공자든 간에 프로그래머를 목표를 삼을때 고민해야 될 부분중에서는 “학벌”을 절대 염두하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좋은 대학을 나오면 그만큼 유리하고 또 좋은 대학에서 공부를 한것은 노력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점이 훨씬 많다. 

하지만 “학벌”은 프로그래머의 자격 요건이 아니다. 단지 처음에 유리할 뿐이다. 당신이 프로그래머를 목표로 삼았을때 고민해야 할 것은 학벌이 아닌 “적성” 이다.  단지 취업이 잘되고 연봉이 상대적으로 좀더 많이 받는다고 해서 적성에 관계없이 무작정 프로그래머를 하겠다고 한다면 그건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프로그래머는 가만히 사무실에서 PC앞에 앉아서 키보드나 두드리는 고상한 직업이 아니다. 항상 머릿속에 생각을 해야 하며 공부해야 하고 일정에 쫒기거나 매출에 압박을 받기도 한다. 퇴근하고 나서도 코딩이나 기술적인 부분에 고민이 떠나지 않고 끊임없는 이슈에 진절머리가 나기도 한다. 그걸 버티는 것은 “적성” 이나 “재미” 뿐이다. 

적성에 맞지 않는데 단순히 취업을 위해서라면 프로그래머는 다시 고민해 봐야 한다. 반면에”학벌” 때문에 프로그래머는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그건 불필요한 고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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