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 그리고 갑과 을

당신은 “갑” 에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60갑자” 를 통해 역법(달력)을 사용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2024년은 “갑진”년의 해가 되겠군요.

특히 “10간” 의 경우에는 달력 뿐만 아니라 우리 실생활에도 자주 쓰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다니는 직장에서 말이지요.

제가 지금까지 직장을 다니면서도 “10간”은 현재까지 수시로 쓰이고 있는 편입니다.

이는 제가 종사하고 있는 “임베디드 제조업” 업계와 순수 IT 서비스 업계에서도 무수히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명칭이 “갑(사)” 와 “을(사)” 가 되겠네요.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의 회사에서는 어떤 아이템을 통해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나요? 제가 경험했던 이전 회사들은 주로 “네트워크 장치나 장비”들을 제조하여 국내나 해외 통신사에 판매하는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마 제가 경험했던 회사처럼 국내의 “IT 하드웨어” 제조업 회사들은 대다수가 “B2B” 즉 회사 대 회사간의 거래를 통해 매출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부 소수의 회사들이 개인 소비자들을 위한 “B2C” 사업으로 매출을 발생시킬 겁니다.

순수 어플리케이션, 즉 IT 서비스 회사들은 거래 구조가 약간 다를수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IT 서비스 회사들인 네이버, 카카오 같은 회사들은 그 규모에 맞게 “B2C”, “B2B” 사업을 병행할 것이고 규모가 작은 회사들은 규모가 큰 서비스 회사들에게 소프트웨어 제품이나 개발 용역을 제공하는 등의 B2B 사업을 많이 할겁니다.

특히 국내의 IT 산업은 “SI” 형태의 사업의 비율이 높습니다. SI는 주로 B2B 즉 회사대 회사간 거래를 하게 되지요. 따라서 해당 프로젝트를 의뢰한 회사는 “갑” 이라고 칭하고 그 프로젝트를 맡아 인력 제공과 개발을 수행하는 회사를 “을” 이라고 표현합니다.

일반적인 “갑” “을” 명칭의 계약서

이런 계약 당사지 명칭 및 계약서 양식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IT 산업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제조업, 서비스업, 농업 할꺼 없이 말이지요. IMF 사태 이후 2000년대 들어 기존의 고용 형태가 사라지고 “계약직” 개념이 생기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외주 계약” 형태도 많이 들어나게 되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는 큰 대기업과 수많은 중소기업간의 거래로 인해 매출을 발생시키는 구조가 고착화 되었던거 같습니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 매출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대기업의 외주 일거리를 물어다가 그 일을 대신해주고 매출을 발생시키는 구조이지요.

이런 형태는 국내 IT 산업도 동일하게 적용이 되었습니다. 특히 제가 일을 했던 “임베디드 관련 제조업” 도 철저히 이런 경제 논리에 따라 매출을 올리게 되었지요.

언제부터 규모가 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계약 당사자 명칭을 “갑 과 을”로 불리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수는 없습니다만 대기업의 몸집이 커지고 점점 영향력이 늘어나게 되면서 점점 더 대기업 위주로 경제가 종속이 되게 되었던거 같네요.

이런 구조에서 “중소기업” 들은 철저히 대기업의 입김에 위축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IT 산업도 예외가 아닌데요, 대기업의 외주를 받아 제품을 개발하여 제공하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압박과 쪼임에 놀아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시작부터 대기업에 종사하는 프로그래머들은 “갑”의 입장이 되고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프로그래머들은 “을”의 입장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개발 업무 보다 “갑” 사의 입김에 프로젝트 진행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허다해 지지요.

따라서 프로그래머도 갑질은 일상적인게 됩니다.

나는 갑사의 직원이 아니지만 갑사의 직원같이 개발한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갑질”의 문제는 꽤나 이슈화 되었던거 같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땅콩 항공” 사건이지요.

땅콩 항공 사건은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내부 갑질 사건이었지만 궁극적인 “갑질” 의 의미는 우리나라 경제 구조에서도 매우 비일비재하게 나타납니다.

A라는 대기업이 B라는 중소기업에게 개발 프로젝트를 외주를 주었고 B라는 중소기업은 한정된 인력과 자원으로 개발 프로젝트를 6개월 정도의 일정을 제시했지만 A라는 대기업은 너무 길다는 이유로 4개월로 못을 박습니다.

B 중소기업은 도저히 그 일정대로는 안되겠다며 하소연을 하지만 A 대기업은 그렇지 하지 않으면 B 기업과 더이상 거래를 안하겠다며 “협박”을 합니다. 따라서 울며 겨자먹기로 B 중소기업은 A 대기업과의 프로젝트를 4개월만에 끝내기로 협의합니다.

시작부터 “갑질”의 피해를 입은 B 중소기업은 A 대기업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으면 회사의 존망이 위태로워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인력이 부족하여 할수 없이 주야를 가리지 않고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됩니다. 여기에 지친 프로그래머들은 중간에 갑자기 퇴사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대체자를 구하기 위해 “SI 개발 전문 회사”에 외주를 주게 됩니다.

또다시 B사와 C 개발 회사는 “갑을” 계약을 맺습니다. C사는 더 저렴한 금액을 제시받고 고민하지만 회사 매출을 위해 주니어급 프로그래머들을 투입하여 B 기업의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여전히 일정은 빡빡하고 밤낮으로 개발을 진행하게 됩니다.

겨우겨우 일정을 마치고 어떻게 저렇게 해서 완료한 프로젝트. 하지만 충분히 검증을 하지 않고 무리하게 개발을 완료해서일까요? 실제 운영중에 심각한 버그와 이슈가 줄줄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A 대기업은 B 사에게 “패널티”를 먹여서 빠른 시간내에 해결하길 촉구합니다.

B사는 그 책임을 다시 “C사”에게 떠넘깁니다. C사의 주니어 프로그래머들은 주말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슈를 해결하느라 몸과 마음이 지치게 되어 결국 퇴사해 버리고 맙니다….

이 이야기는 현재 IT 업계나 IT 제조업 업계에 비일비재하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A라는 대기업의 입김에 휘둘려 어쩔수 없이 “갑질”을 당하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프로그래머들에게 전가되는 상태입니다.

이런 방식의 업무 스타일은 이미 IT 붐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던 “못된 관행”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그들의 목표를 위해 “중소기업들을 짜내는” 특유의 갑질 문화를 통해 성장을 해왔습니다.

이는 IT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있어서 알게 모르게 이어져 왔습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외주화”를 통해 중소기업들을 짜내면서 결과를 얻어왔던 대기업들은 그 과실을 지속적으로 빨아들이면서 중소기업들과 상생을 여전히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로그래머들도 공정하게 “갑”과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 pixabay

또한 “을”의 기업의 프로그래머나 직원들에게 프로젝트 진행을 하면서 필요한 부분들을 무리하게 요구하거나 마치 “갑”사의 직원처럼 부리는 행위들은 여전합니다. 비 합리적이고 어이가 없어도 프로젝트 완료와 매출을 위해 “을” 회사들은 알게 모르게 묵인 하게 됩니다.

최근에 저는 “FAE” 를 하게 되면서 결코 좋지 않은 “갑질”을 경험했던거 같습니다. 현재 대리점의 주요 매출처인 고객사에게 “상주”을 할것을 요구받았는데요, 이슈가 있어서 상주를 하는 것은 이해가 되나 이슈가 해결될때까지 회의실에 갖혀서 수시로 동선을 체크하고 진행사항을 보고하며 출퇴근 보고까지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런 수준은 별거 아닌거라고 합니다. 예전에 슈퍼 “갑”인 국내 1~2위 전자 대기업들은 밤이나 새벽에 전화를 하거나 지금 당장 대기업 본사로 들어와서 현상 파악 및 이슈 해결을 하라고 하는 등의 “갑질”을 무수히 반복해 왔습니다.

이는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프로그래머”들도 비슷할 겁니다. 지금이야 그나마 대기업들의 “갑질”이 이슈화 되어서 덜할 뿐이지 외주 개발을 하면서 밤낮으로 전화하고 당장 들어와서 해결하라는 등의 “갑질”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습니다.

과연 이런 방식의 업무 처리가 올바른 방향일까요? 결국 철저히 프로그래머들이나 기술 엔지니어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갑질로 인해 “IT 산업”을 이탈했던 프로그래머들도 본적이 있습니다. 저 또한 이런 모습 때문에 “자유로운 프로그래머”를 꿈꾸고 있기도 합니다.

제가 종사했던 “네트워크 장치/장비” 업계도 국내 주요 통신사의 입김에 휘둘리면서 개발을 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이런 모습이 별로 달갑지 않아서 다시 관련일을 하고 싶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시대는 점점 바뀌고 있지만 한국의 기업문화는 여전히 “갑”과 “을”의 구분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는 4차 산업 혁명을 이끄는 “프로그래머”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갑질”에서 자유로워 지는 방법?

대기업 중심의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프로그래머라고 해도 “갑과을”에서 자유로워 지는 것은 꽤나 어려운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 글을 통해 제가 생각하는 “갑질”에서 탈출하는 방법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이제 “갑”에서 자유로워 질수 있을까? – 픽사베이

일단 실력을 쌓아서 범접할 수 없게 만든다

사실 프로그래머들에게 “갑질”을 하는 것은 상대 회사가 만만하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기술도 없고 갑에서 요구하는 스펙만 다룰 줄 안다면 그 회사에서 프로그래머의 대우는 똑같을 겁니다.

결국 남들이 범접할 수 없는 나만의 경력과 스킬을 가지고 있다면 오히려 내가 “갑”의 입장에서 개발을 할수도 있습니다. 물론 내가 “갑”의 입장이 되더라도 상대 회사에서 갑질을 한다면 안되겠지만요.

결국 프로그래머는 “실력” 과 “경력” 입니다. 내가 을이나 병, 정의 입장의 회사에서 개발을 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개발 스킬과 경력을 열심히 쌓으면 결국 나중에 알아서 나를 모셔갑니다. 또한 깃허브에 나만의 우수한 결과물을 공유한다면 그 이력을 보고 당신의 미래는 “갑질”을 당하지 않는 위치에서 일하게 될지 모릅니다.

나만의 서비스나 제품, 결과물을 만들어본다

다소 어려운 목표나 과제일 수도 있지만 프로그래머는 단순히 회사에서 시킨 개발만 한다면 평생 남 밑에서 개발만 하고 살아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개발자로 취업이 안되어 직접 게임 개발을 하여 대성공을 한 사례가 있습니다. “Stardew Valley” 라는 게임을 혼자 개발하여 엄청난 대성공을 거든 신화적인 주인공인 “에릭 바론” 입니다.

그는 원래 워싱턴 대학교 컴퓨터 과학 전공의 대학생이었으나 프로그래머로의 취업이 쉽지 않자, 포트폴리오 준비겸 아예 자기가 직접 “게임”을 개발해 보기로 결심합니다.

무려 4년간 혼자서 직접 게임 개발을 한 끝에 “Stardew Valley” 라는 농장 경영 게임이 출시되었고 엄청난 게임 판매량 덕분에 대성공을 거두게 되었지요. 그는 1인 게임 개발자의 성공 신화의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성공하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프로그래머로서 “갑질”을 피하기 위해 어려운 길을 가라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프로그래머는 “남 밑에서” 일하게 되면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갑질”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개발을 하더라도 나만의 서비스, 제품, 결과물을 끊임없이 만들다 보면 그 과정이나 결과물들이 나의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런 경험들은 내가 독립을 하거나 굳이 회사를 다니지 않더라도 경제적으로 “자유”을 얻는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도 최근들어 “갑질”을 피하기 위해 진직 나만의 결과물들을 만들어 보지 않은것을 약간 후회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꾸준히 나만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는 중입니다. 언젠가는 “갑질”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말이지요.

구글과 거래한다

구글과 거래한다? 이게 무슨말일까요? 사실 구글은 전세계 IT 기업중에서 가장 매출이 많은 기업들 중에 하나입니다.

구글의 수익원과 수익 구조를 잘 보면 구글과 같이 일하는게 꽤나 매력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구글의 주요 수익원은 “광고 수익” 인데, 구글은 일반인들에게도 유튜브나, 웹사이트, 안드로이드 앱을 통해 광고 수익을 꽤나 합리적으로 분배합니다.

특히 프로그래머의 경우에는 웹사이트 광고나 안드로이드 앱을 통해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그 배분이 구글 30%, 프로그래머 70% 정도로 꽤나 많이 배분을 해주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앱을 통해 우리는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성공한 프로그래머들의 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저도 현재 “구글”과 거래를 하는 중입니다. 코드도사를 운영하면서 약간의 광고 수익을 얻고 있지요. 그런데 제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안드로이드 앱” 개발을 통해 더 많은 광고 수익을 창출하는 겁니다.

지금까지 프로그래머 생활을 하면서 나름 합리적인 계약 관계를 유지했던 회사는 다름 아닌 “구글”이었습니다. 구글 외에 국내의 어느 회사도 합리적인 수익 분배와 계약 관계를 맺었던 회사는 없었던 거 같네요.

물론 구글도 완벽하게 “을”의 입장인 프로그래머에게 합리적인 관계를 유지한다고 신뢰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최소한 프로그래머들에게 납득될만한 사유를 제시하는 기업은 구글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구글의 이런 정책은 당연히 그들의 성장에 원동력이 되었을 겁니다. 전세계의 수많은 컨텐츠 크리에이터와 프로그래머들이 양질의 결과물들을 구글에 알아서 제공을 해주니까요. 저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구글”같은 회사와 거래를 하는게 프로그래머로서 성장에 도움이 될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 대기업들의 갑질은 결국 그들의 족쇄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