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프로그래머)는 밤을 세워야 한다는 통념은 도대체 왜 생긴걸까?

오늘도 열일하시는 프로그래머분들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즐거운 주말을 보내고 월요병으로 인해 금일은 프로그래밍이 잘 될지 모르겠네요. ㅋ 저도 마찬가지로 월요일은 주말의 휴식의 여파로 집중하기가 참 어려운 요일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프로그래머들의 대한 안좋은 통념인 ‘날새고 일하는 프로그래머’들에 대하여 한번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프로그래머들의 통념 및 안좋은 선입견 중 하나인 ‘Over Time’

이 글을 보시는 프로그래머 혹은 직장인 분들은 업무 때문에 날을 새본적이 있나요? 음.. 저는 날을 새본적이 있습니다. IT 업종에서 일한지 대략 3년 정도 되었을 때인데요, 회사에서 납품하는 장비가 문제가 터져서 납품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었는데 이때 ‘갑’의 회사에서 오늘까지 이슈를 해결하라는 주문에 힘(?)입어 날새도록 이슈를 확인하다가 결국엔 해결을 하지 못하고 다음날 아침 7시에 퇴근한 적이 있습니다. 

뭐 날샌적은 이 경우 말고도 더 많이 있지만, 그중에 하나의 에피소드를 한번 얘기를 해봤습니다. 

날 새도록 일한적은 종종 있었지만, 외부의 작용에 의해 날을 새면서 일을 해보니 참 감회가 새롭더군요. 눈 꺼플이 감기는 와중에도 뒤에서 ‘갑’ 회사의 최고 책임자가 지켜보고 있으니 뭐 제 마음대로 때려치고 집에 갈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급한 이슈였지만 정신이 몽롱하여 집중도 안되고 원인을 찾지못해 엉뚱한 포인트만 잡고 있었던거 같습니다. 

사실 저 개인적으로는 정규 근무시간(보통 9시 ~ 6시, 주 40시간)외에 Over Time, 즉 야근을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대학 다닐때에도 과 선배들이 얘기하는 IT 업계 종사들은 필시 야근을 해야 된다(?)라는 통념을 가지고 있었는데, 저는 그때 당시만 해도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었습니다. 

아니.. 도대체 왜 늦게까지 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할까요? 당시에 대학원생 조교들이 하는말이, 대학교 실험실에서 실습을 할때 늦게까지 하거나 날을 새지 않으면 안된다는 희한한 논리를 가지고 있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생각 자체가 너무 싫었으나, 전공이 전자전공이고 프로그래밍이 좋으니 어쩔수 없이 관련 업계를 진출을 해야 하는데… 고민이 참 많이 되었었죠. 

처음에 작은 회사로 취업을 해서 일을 하는 동안에도 평일 9시 출근에 퇴근은 언제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다 보니, 돈을 벌기 위해 사는건지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건지 모를정도로 정말 적응이 안되는 직장생활이었습니다. 갓 신입때 다녔던 그 회사는 4개월을 다닌 후에 과감히 때려치우게 되었습니다. 신입인데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유없이 저녁먹고 회사에서 일을 하거나 앉아 있는 직원들을 보면서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했더랬죠. 

도저히 그 회사는 아닌거 같아서 그만두고 3~4개월을 집에서 고민한 끝에 차라리 야근할꺼면 내가 맞는 일을 하자(?)라는 마인드로 나름 잘 맞을꺼 같은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역시나 6시에 퇴근은 어려웠습니다. 신입이라서 모르는 것도 많았지만, 분위기가 신입은 저녁을 먹고 남아서라도 공부를 해야 된다 라는 것이었고 옆에 있던 동기 2명도 저녁 9시 전에는 퇴근을 잘 하지 않더군요. 뭐 저도 그런 생활을 계속 했었습니다. 

일도 일이었지만, 사실 약간 분위기가 그런 분위기여서 그런지 뭐 어쩔수 없다라는 눈치더군요. 그 떄 당시만 해도 주5일제가 막 시작되는 시기여서 그런지, 제가 다니던 회사는 토요일에도 출근을 했었습니다. 더군다나 저녁 늦은 시간까지 있으니 뭐 장시간 회사에 남아있는것은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신입시절부터 저는 IT 종사자들의 통념이 맞다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슈가 터지면 새벽까지 일하는 건 당연한 거였고, 그정도 야근하는거는 뭐 세발에 피라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야근을 하더라도 수당은 전혀 없다는 것이었죠. 같이 일하는 개발자들이 사람들이 좋았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얼마 못가서 회사를 그만두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프로그래머의 숙명은 이렇다는것을 실감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 야근은 안돼! 눈물나는 나의 도전기!

정말 야근은 단 30분이라도 싫었던 나지만, 뭐 먹고 살려면 어쩔수가 없었던거 같네요. 신입의 경력으로는 내가 원하는 회사로 이직을 할 수 없으니, 당분간 야근을 하더라도 최대한 안하도록 노력하고 야근 껀덕지를 만들지 말며, 야근 없는 회사로 이직 전까지 열심히 실력을 쌓자라고 결심했습니다. 

한 4년 동안은 야근을 안하기 위한 노력을 꽤 했던 거 같습니다. 늦게까지 해야 될꺼 같은 일을 최대한 빨리 하는 방향으로 진행했으며, 주말은 최대한 나오지 말것. 윗사람들에게 최대한 어필하기 등등.. 그렇지만 이슈가 터지면 여지없이 Over Time은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4년차동안 까지도 저렴한(?) 연봉에 야근의 콜라보는 제게 4년동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만들었습니다. 그 때 당시에는 모든게 다 싫어서 무작정 그만두었던거 같네요. 뭐 결혼도 안한 총각이었고, 책임질 식구도 없었으니 그만두고 한 2달간 쉬면서 못잤던 잠도 자고 야근 안하는 회사로 이직을 하자는게 제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정시 출/퇴근을 하는 회사를 찾기가 어렵더군요. 요즘이야 주 52시간이 법적으로 공포가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IT 종사자들은 주 60~70시간을 채우기 일쑤였습니다. 면접을 보는 곳마다 야근으로 악명이 높은 회사였던지, 심지어는 입사하고 나서도 책임자급들이 무조건 밤 10시까지 해야 된다는 말에 겁을 먹고 이틀만에 도망치듯 퇴사하기도 했습니다. 

두달동안 쉬면서 잠을 푹 자니 건강은 좋아지는거 같네요. 그런데 정신적인 건강이 점점 피폐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수중에 돈은 떨어져가고 원하는 야근을 안하는 회사는 보이지 않고.. 사실 원하는 회사는 많은 연봉을 받는 회사가 아닌 야근을 안하고 정시 퇴근을 할 수 있는, 저녁이 있는 삶이 있는 회사였으니까요. 




어떻게 어떻게 해서 겨우 야근을 안한다는 회사를 찾아서 입사를 했으나… 경력자에 수습기간을 둬서 평가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말을 듣고 이틀 만에 또 퇴사. 참 일이라는게 잘 풀리기는 커녕 꼬일대로 꼬이는게 같아서 아예 다른 일을 할까? 라는 생각까지도 했습니다. 

그래도 목표는 프로그래머인지라… 어떻게 아는 사람 통해서 겨우 들어가긴 했습니다만… 야근은 피할 수 없었다는 것. 그나마 다행인게 이번에 입사한 회사는 회사 정책이 충분한 휴식을 주자라는 정책이어서 그런지 6시 30분 퇴근을 하는 사람이 꽤 있더군요. ( 물론 은연중에 야근의 눈치를 줍니다. ) 이만한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다녔지만, 업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폐렴까지 걸려서 입원하는 우여곡절 끝에 나름 잘 적응하여 그 뒤로 부터 프로그래머의 길로 잘 걸어왔던거 같습니다. 

그렇게 야근과 회피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6년이란 시간을 보내보니 야근도 적절하게 하고 프로그래밍도 나름 잘 할 수 있는 패턴이 적응이 된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워낙 야근을 싫어해서 조금만 늦게 퇴근해도 짜증이 심해졌었는데, 어쨋든 어거지로 적응을 하다보니 나름 노하우도 생기고 적응도 했던 것인거 같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근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고, 어쩔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이미 6년동안 배운것을 버릴수도 없고 다른 직종으로 전향하기에는 쉽지 않았던 상황이라 언젠가는 세상이 좋아지겠지… 라는 생각으로 버텨보자라고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버텨오다가.. 드디어 야근안하는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5년동안의 삶의 만족

얼마전까지 다니던 회사는 중견기업이었고, 매출도 꽤 있는 회사입니다. 사실 이 회사의 장점은 딱 한가지 입니다. “야근 안하는 것” 주 52시간이 법제화 되지 않았던 시기에도 프로그래머들이 야근을 안하는 분위기였고, 심지어 5시30분(퇴근시간)이 되면 25분부터 미리 짐을 싸놓고 갈준비를 한다는게 무척이나 마음에 들더군요.ㅋ 

5년동안은 나름 만족을 하면서 개발일을 했던 시기인거 같네요. 물론 이 회사는 시간만 만족스러울 뿐이지, 기업 규모에 비해 적은 연봉, 낮은 인상률, 복지 전무, 투자 전무 등의 다른건 다 좋지 않은 상황이었었습니다. 그럼에도 같이 일하던 동료 프로그래머들이 야근 안하는 것에 만족을 느끼면서 회사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물론 야근을 시키려는 관리자들은 늘 있었습니다. 팀장은 야근을 늘 강요했고, 심지어는 8시까지 강제로 회사에 있지 않으면 인사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지시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에 굴하지 않고 동료 프로그래머들과 저는 줄기차게 5시 30분에 도망(?)을 쳤습니다. ㅋ 그리고 주말에 출근해서 날도 새보고 회사에 쌍욕도 했지만, 그만큼 야근을 안하는 날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회사에 계속 재직할 수 있었던거 같습니다.

이 회사에 다니면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했고, 집도 장만했던거 같네요. 그리고 주말에 놀러도 많이 다니고 연차도 나름 자유롭게 써서 해년마다 해외 여행도 1번씩 갔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삶의 질이 아주 높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경제적으로는 그닥 만족하진 못했지만서도요.ㅋ (연봉이 안올라요.)

역시 주 40시간 정도 일을 하니 삶의 만족도는 훨씬 좋은거 같습니다. 

현재 &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

5년동안 삶의 만족을 느낀 회사를 퇴사하고 다른 회사에 있습니다. 운좋게도 현재 재직중인 회사에서 야근을 강요하지 않고 주말도 출근한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젊은 경영진이라서 그런지 최근의 ‘워라벨(Work and Life Balance)’을 나름 존중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이제 경력도 쌓이고 업무에 대한 노하우도 있는지라 할땐 하고 쉴땐 쉬는 패턴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의 IT 기업들도 주 52시간의 적용 및 자율 출퇴근제 시행으로 인해 과거 IT 및 제조업 기업들의 무작정 야근문화는 상당히 지양되고 있음을 느끼고는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도 80~90년대의 구 시대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상급 관리자들은 IT 업종 종사자나 개발자들은 밤새도록 일을 해야만 성과를 낸다는 편협한 시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론 업무라는게 주 40시간 하루 8시간씩 딱딱 끊어서 마칠수는 없는 노릇이긴 합니다. 지금같이 무한 경쟁시대에서 하루라도 제품이나 서비스를 빨리 출시하지 않으면 경쟁에 뒤쳐진다는 논리는 어느정도 맞는 이야기인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IT의 선진국 미국에서 개발자들이 야근을 하지 않고도 성과를 내고 있는것을 봤을때 이런 생각은 이제 유물로 들어가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 국내 300인 이상 대기업들은 강제로 주 52시간을 지겨야 하니, 대기업에 종사하는 개발자들은 그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출/퇴근 처리만 전산적으로 처리하고 퇴근해서 집에서 한다던지 등의 꼼수 초과 근무는 아직도 존재합니다. 이제 더이상 찌질하게 그런식으로 일을 하지 말고 할땐 하고 놀땐 노는 주 40시간에 맞춰서 개발 업무를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개발자들에게 주는 돈들이 그리 아깝나요? 향후 미래 산업 역군들인 개발자 및 프로그래머들은 근무 시간으로 평가해야 될 시기는 이미 지났습니다. 실력있는 프로그래머는 시간으로 평가하는게 아니라 그 결과로 보여주게 되는 것입니다. 아직도 책상머리에 장기간 앉아있는 거로 프로그래머들을 평가한다면 더이상  IT 기업을 경영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제 시작하는 프로그래머들에게….

요즘 취업 시장 자체가 경쟁이 치열하고 많이 어려운데요, 그렇다고 해서 프로그래머는 야근을 하고 날을 새야 한다는 통념은 반드시 버리시기 바랍니다. 지난 십수년간 겪어본 바로는 야근 한다고 해서 프로그래머의 실력이나 스킬이 훨씬 뛰어나지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집중해서 프로그램을 짜거나 업데이트 하면 됩니다. 그 이상 불필요하게 Over Time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요즘 우스겟소리로 취업시장에서 중소기업은 청년들이 많이 외면한다고들 하죠? 그런 기업들을 X소기업이라고 표현을 하더군요. 특히 프로그래머들에게 불필요한 야근을 강요하는 회사는 반드시 거르시길 바랍니다. 물론 개발 상황에 따라 어쩔수 없이 야근을 해야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장시간 근로 및 주말 출근을 강요하는 회사는 분명 오래갈 수 없습니다. 제가 봤을때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 특성상 새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는 거의 없는데, ‘갑’의 엄청난 요구에 힘입어 기능 구현 및 업데이트를 즉각즉각 하느라 장시간 근로가 생기는거 같아 보입니다. 

만약 야근을 하더라도 배울점이 있는 기업에서는 적절히 조절하면서 다니는게 가능하지만, 무리하게 강요를 하거나 많은 양의 일을 한사람에게 몰아준다면 그 또한 문제있는 기업이 틀림없습니다.  그런 회사를 가게 된다면 미련을 두지 마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점점 상황은 좋아질꺼고, 야근을 한다고 해서 성과가 나오는게 프로그래밍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래밍 = Over Time이 아님을 알아두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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