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베디드쪽에 ‘사람이 없다’ 라는 어느 기사를 보며

우연히 임베디드 관련 소식을 보다

아이를 돌보고 있던 주말의 나른한 오후. 나는 잠깐잠깐식 시간이 날때마다 내 모바일을 확인하곤 한다. 그런데 꽤 눈에 띄는 제목의 글을 발견하게 되었다.

위 링크의 글이다. 제목이 꽤나 자극적이다.

이 글을 쓴 날짜가 2022년 10월 11일이니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소식인 것이다. 다른 분야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라면 이 글이 별로 와닿지 않겠지만 내가 이 글이 나오길 예견했던 것일까? 얼마전에 난 임베디드 업계를 떠나기로 결심했고 관련해서 쓴소리를 했으며 결국 프리랜서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위의 글을 9월달에 썼으니 내가 본 기사의 글이 나오기 전에 이런 글을 쓴 것이다. 내가 본 기사의 글의 주된 내용은 열악한 개발 환경과 저임금의 임베디드 업계로 프로그래머들이 아예 오지 않고 있고 구인난을 겪는다는 내용이다. 정말 소름끼치게 내가 예견한 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었다.

아.. 난 개발보다 “예측” 능력이 뛰어난 것일까? 이 참에 돗자리라고 깔아야 할지도…

임베디드 업계는 이미 위기가 도래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임베디드 업계를 떠나고 “프리랜서” 를 시작했을 때까지만 해도 난 임베디드 분야에 여전히 애정이 있고 언제든 돌아갈 생각은 하고 있다. 그런데 위의 기사 “임베디드 개발 사람이 없다” 라는 글을 보면서 관련 전자 업계의 소식을 전하는 매체에서도 이런 주제의 글을 쓴 정도라면 꽤 상황이 “심각” 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기사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면 이렇다.

  • 반도체,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의 개발자에 대한 수요는 폭발하고 있다.
  • 하지만 임베디드 관련 개발자의 부족은 심각하다. 신입 뿐만 아니라 경력자도 씨가 말랐다.
  • 일부 기업의 경우에는 개발자가 없어서 개발 기능이 마비돼 외주를 주고 있다.
  • 외주의 경우에도 단가가 낮아 하려는 기업이 없어 외주도 쉽지 않다.
  • 개발자의 부족 현상은 처우가 너무 좋지 않기 때문이다.(밤샘, 야근, 스트레스에 비해 연봉이 낮음)
  • 경력을 쌓으려면 고되는데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임베디드 업계에 오는 사람이 없다.
  • 반도체 업계 쪽에서 인력이 부족하지만 씨가 말라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
  • 개발자 구인난은 미국, 대만, 일본 등에서 마찬가지이다.
  • 개발자들의 처우 개선이 되지 않는 한은 인력 유입이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내가 적은 글 “임베디드 프로그래머의 치명적인 단점” 이라는 글에서도 언급한 내용과 꽤나 일치한다.

나의 시각과 전자 업계 관련 매체의 시각이 이렇다면 정말 실무쪽에서는 사람 구하는게 쉽지 않을거 같다. 이미 나도 15년만에 이 업계를 떠나겠다고 회사를 그만뒀기 때문이다.

이미 예상을 했던 상황이다. 나같은 경우에도 열악한 환경과 저임금을 꾸역꾸역 견디면서 15년동안 경력을 쌓았지만 내가 프로그래머로써 회사에서 성취감을 느끼거나 한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성취감과는 별개다. 개인적으로는 만족하고 있다)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들은 막다른 상황에 내몰려있을 수도 있다 – pixabay

기존 경력자들도 어려워하는 판국에 신입 프로그래머들이 임베디드 분야로 오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이치라고 볼 수 있다.

IT 서비스 기업들이 신입때부터 많은 연봉과 괜찮은 복지, 워라벨 등의 처우가 좋은 것에 비해 임베디드 업계는 여전히 시대에 동떨어진 듯한 열악환 환경, 낮은 연봉, 장시간 근무 등은 신입 프로그래머들을 끌어들이기는 커녕 기피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인력이 부족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내가 본 기사의 글에도 지적한 바와 같이 처우가 개선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창창한 신입 프로그래머들이 더이상 오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굉장히 “심각한” 위기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상태로 지속이 된다면 “탈 임베디드화” 는 가속화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신입들이 오지 않는 것은 결국 임베디드 업계에서 국내 프로그래머들은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안타까움 그리고 아이러니

임베디드 쪽에 경력을 쌓았고 최근까지 관련일을 했던 사람으로써 굉장히 안타깝다. 어쩌다 이런 상황에까지 오게 된건지 같은 프로그래머라도 극과 극을 이시대에 경험하는거 같다.

임베디드 분야가 좋아서 계속 버텼지만 수많은 고민 끝에 업계를 난 떠났다 – pixabay

또한 같이 개발을 했던 동료 프로그래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홀로 떠난 내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해지기도 했다. 나와 같이 개발을 했던 동료들은 여전히 “힘겨워 하며” 임베디드 프로그래머로 일을 계속하고 있다.

가끔가다 전화 통화도 하고 술잔을 기울이면서 대화를 해보면 회사에서 즐거운 일이 없다고 한다. 내가 친했던 동료중에 하나는 어느 회사에서 PL을 맡고 있는데 매일같이 회의에 치이고 일정에 치이고 고객사에 치이는 3중고를 겪고 있다고 했다. 역시 현장은 여전했다.

내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힘내라는 말” 밖에는 없었다. 내가 관련 기업을 운영하는 CEO도 아니고 관련부처 공무원도 아닌 그냥 “백수”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더욱 미안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부분은 있다. 내가 읽었던 기사인 “임베디드에 사람이 없다” 라는 글을 보면 이런 문구가 있다.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 등에서 사람이 부족해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하지만 중견기업 뿐만 아니라 대기업까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위의 문구를 해석해 보면 임베디드 관련 일이 없는게 아닌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인력이 없는게 문제라고 한다.

따라서 약간의 시간이 흐르면 임베디드 관련 프로그래머들에게 처우가 차츰 좋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여전히 내 시각은 임베디드 업계는 부정적이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나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어느 유명한 대사가 떠오른다.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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